제가 탐조하는 날은 딱 정해졌습니다.
일요일.
평일 한주동안 햇살이 쨍쨍 화창해서 기분이 좋아 일요일이 기다려집니다.
근데 오늘 탐조 날씨는 어둡고 바람만 몹쓸게 불어댔습니다.
지금까지 탐조를 보면 일요일만 날씨가 개떡같았습니다.
힘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 왜이리 착잡할까요.
한번만 더 기웃거릴(?) 고집으로 군부대 야외 훈련장으로 갔습니다.
오후 6시. 어두운 날씨를 최대한 밝게 잡고 싶어 시야가 탁 트인 훈련장으로 간 것이죠.
생각같으면 황조롱이가 확 나타나 지상에서 들쥐를 뜯어먹는 일이 생겼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아주 기히한 일이 생겼습니다.
칼새처럼 날렵한 새 한 마리가 내 눈앞에서 묘기를 부려댔습니다.
그 새는 이동하지 않고 허공 한 자리에서 연속적으로 날갯지만 하는 게 아닙니까.
마치 물총새가 이닌가라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찍찍찍- 찍찍찍-"
새소리가 청아하고 경박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물총새가 이닌가라는 착각마저 들었습니다.
준비된 카메라로 연사를 찍었습니다.
감도를 올리고 조리개를 최대 개방해도 새의 선예도가 좋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신비롭게 재주를 부린 새는 내게 묘한 기분만 남기고 사라졌습니다.
허허로운 공백감이 싫어 훈련장을 빠져나왔습니다.
근데 왠걸요. 아까 그 새가 다시 나타나 똑같은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마치 내 마음이라도 달래주려고 두번씩이나 나타난 게 아닐까요.
선배님들.
이 새의 정체는 뭔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