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를 찾아서(9)...뻐꾸기(1)

필자가 2003.6.9일 강원도 횡성군에서 찍은 뻐꾸기. 구경 75mm 천체망원경과 DSLR을 붙여서 직초점으로 촬영.
1.개요
♬새가 날아든다 온갖 잡새가 날아든다 이 산으로 가면 뻐꾹 뻐꾹 저 산으로 가며 뻐뻐꾹 뻐꾹 으 히~~~으 히 으 히 어 히히~~(김세레나 새타령)
우는 것이 뻐꾸기인가? 푸른 것이 버들 숲인가?
노를 저어라 노를 저어라
어촌의 두어 집이 안개 속에 들락날락
찌거덩 찌거덩 어야차!(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맑고 깊은 소에서 온갖 고기가 뛰논다.
학창 시절에 배웠던 고산 윤선도의 어부사시사에도 나왔던 뻐꾸기는 우리와 오래전부터 친숙한 새이고 뻐꾹뻐꾹 우는 소리는 귀에 익은 아름다운 소리이다. 산 비탈의 나무들이 초록색으로 물들고 봄볕이 완연하여 산등성이가 햇쌀에 하품할 때면 어디선가 뻐꾸기 소리가 들려온다. 지구상에 알려져 있는 뻐꾸기는 78종이다. 뻐꾸기는 아시아와 유럽의 전지역에서 번식하며 동남아시와 아프리카에 남하하여 월동을 여름 철새이다. 뻐꾸기는 수컷만이 뻐꾹하는 울음소리를 낸다. 이 소리는 봄에 짝을 찾기 위한 울음소리이다(원병오 하늘 빛으로 물든 새). 뻐꾸기는 우리 선인들은 곽공(郭公), 벅국새(北國鳥), 벅국이, 쑥쑥이 등으로 불렸다(이우신 우리새 백가지).
뻐꾸기하면 머리 속에 떠올려지는 것이 탁란(托卵)이다. 탁란이 인간들에게 비치는 이미지는 남의 힘을 빌려 새끼를 키우는 얌체족 이미지이다. 고스톱칠 때 앉아서 광팔아서, 놀면서 돈벌자는 속셈과 다를바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탁란이라는 번식 방법은 결코 효율이 좋은 번식 방법이 아니라고 한다. 암컷 뻐꾸기는 많은 알을 낳아 탁란시키지만 가짜어미(숙주)보다 번식 개체수가 증가하면 가짜어미는 감소할 것이므로 결국 뻐꾸기 숫자도 감소할 것이다. 또한 탁란 상대의 알과 비슷한 알을 낳지 않으면 안된다. 뻐꾸기의 탁란 상대 조류는 28종이 보고 되고 있는데 최근에는 물까치에의 탁란이 이루어지고 있다. 처음에 물까치 둥지 탁란은 큰 거부반응이 없었으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물까치는 탁란하는 뻐꾸기를 격하게 공격하기도 하고 뻐꾸기 알을 식별하여 버리기도 하는 등의 대항 수단을 발달시키고 있다. 거부 반응이 강한 물까치는 유전적이라고 한다. 뻐꾸기 알을 탁란시키는 물까치는 자손을 남길 수없게 되고, 뻐꾸기에 대한 대항 수단이 있는 물까치만 번식할 것이다. 이에따라 뻐꾸기는 보다 물까지 알과 닮은 알을 낳도록 진화를 해 갈 것이다. 탁란을 위해서 끊임없이 진화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놀면서 앉아서 광팔아 돈을 벌기는 힘들다는 이야기이다.
탁란이나는 용어는 1997년9월 MBC에서 뻐꾸기의 번식에 대한 자연다큐멘터리 프로를 방영한 후 일반인들에게까지 낯익은 용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MBC 취재팀은 애당초 개개비 둥지에 탁란한다는 자료를 보고 열심히 개개비 둥지를 찾았다. 경기도 광주의 한 저수지에서 개개비 둥지를 샅샅이 뒤졌으나 실패했고, 3개월 후 여름 무렵에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서 탁란을 발견하고 탁란 과정을 취재할 수 있었다. MBC 취재팀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서 탁란한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던 듯하다. 그 후 우리나라에서 뻐꾸기 탁란은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라는 일반인들의 인식이 커짐과 더불어 2005년 9월 KBS 환경스페셜에서도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 탁란을 더 구체적인 취재로 방영하였다.
그런데 MBC 제작진은 왜 개개비 둥지만 찾아헤매는 헛수고를 했던 것일까? 안타깝게도 자료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서 탁란한다는 자료가 없었던 것이다. MBC 취재는 국내 최초 탁란에 관한 다큐멘터리 촬영이었다. 국내에서 뻐꾸기 탁란에 관해서 연구가 거의 이루어지 않다보니 국내의 여러 교재들에는 외국 자료 내용이 그대로 언급되어 있어서 붉은머리오목눈이 탁란이 나오질 않았다고 보여진다.
‘뻐꾸기 탁란조로 멧새를 비롯하여 때까치 개개비들이고 벙어리 뻐꾸기 경우는 산솔새나 되솔새이다.(이우신 우리새 백가지)
휘파람새 둥지에 낳는 알은 휘파람새와 같은 초콜릿색이며 솔새 둥지에 낳는 알은 푸른색을 띠며 밭종다리의 둥지에 낳는 알은 갈색이다. 어떤 뻐꾸기는 25개의 둥지에 25개의 알을 산란했다.(원병오 하늘빛으로 물든 새)’
여기서 이우신이나 원병오 교재에는 왜 하필이면 붉은머리오목눈이 탁란은 나오지 않으냐는 의문이 생긴다. 이것은 원병오나 이우신 교재 모두 일본 교재를 참고했기 때문으로 보여지는데 일본에서는 붉은머리오목눈이가 서식하지 않으므로 붉은오목눈이 탁란에 대한 기록이 있을 수없다. 일본의야조590에 의하면 붉은머리오목눈이는 일본에서 극히 드문 미조로 기재되어 있다.


남한산성에서 붉은머리오목눈이에게 탁란되어 자라고 있는 뻐꾸기 유조(임백호님 사진)
그러나 윤무부 한국의 새 도감에는 붉은머리오목눈이 어미 먹이를 받아먹는 뻐꾸기 유조 사진이 실려있고(붉은머리오목눈이 둥지에 탁란한다는 설명은 없다) 근래에는 우리나라에서는 뻐꾸기 탁란은 붉은머리오목눈이에 탁란한다는 것이 거의 일반화된듯하다.
위의 사실에서 추리한다면 뻐꾸기의 탁란은 번식 장소의 환경에 따라서 숙주(宿主, 가짜어미)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아직도 국내에서는 탁란 자료가 많이 부족한 한듯하다. 이 점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일본 쪽 자료를 많이 인용하여 보충하고자 한다. 일본에서는 뻐꾸기 조류의 탁란 습성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연구되어 온 듯하다. 필자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야생조류협회에서 발간한 자료집을 참조하면 일제강점기에도 뻐꾸기류 탁란 사진이 실려있다. 안타깝게도 오래된 자료라서 판독이 어려워 그 당시 보고서를 판독할 수 없었다.
(참고 문헌: 원병오 하늘빛으로 물든새, 이우신 우리새 백가지, 야마시나(연)조류백과, 일본동물백과, 야마시나(연)새잡학사전, 월간버드, 기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