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여름 미국 여행을 할 때, 보스톤에서 묵었던 모텔 근처에 둥지를 틀었던 흰점찌르레기입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식된 후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 현재 미국에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야생조류 3종 안에 든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만큼 생명력이 강하다는 말이겠지요.
역시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영국새로 집참새(Passer domesticus)가 있습니다. 이 친구들도 미국 어디에서나 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참새들은 사람과 거리를 두지만 집참새는 빵을 던져주면 받아벅기도 합니다.
보스톤 시내 공원의 스타이신 분입니다. 철책으로 둥지가 엄중히 보호되고 있는데 혹고니 가족 뿐 아니라 관광객들의 안전에도 심히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거위한테 쪼여본 분들은 몸집이 그 2배는 되고 더 사나운 새가 덤벼든다면 진저리를 치시겠죠?) 우리나라의 혹고니들은 귀중한 새들이지만 미국에서는 다른 오리류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유입종입니다. 하지만 법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3종 중 마지막 새인 집비둘기보다는 사랑받는 것 같습니다.
공원의 진짜 주인은 청둥오리들입니다. 귀여운 아이들을 데리고 빵을 얻어먹으러 옵니다. 같은 처지임에도 집비둘기(밑에서 혼자 뻘쭘하게 찍혔죠?)는 미국에서도 발길질을 당하는 신세입니다. 참고로 아래도 같은 날 촬영한 이미지입니다.
(무섭지요?)
안타깝게도 인물사진용 사이버샷에 망원렌즈도 달지 않고 흐린 날씨에 흔들리는 버스배(혹은 수륙양용 버스)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저 멀리 있는 분들은 재갈매기입니다.(미국에서도 재갈매기를 유럽 Herring Gull과 분리해 네 종으로 분류하기도 한다지만 잘 모르겠습니다.) 찍고자 했던건 왼쪽의 범상치 않으신 분입니다. 지상 최대 최강 의 갈매기인 Great Black-backed Gull의 한 표본이십니다. 재갈매기들보다 가까운 곳에 있어 원근법의 영향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저 분들은 왠만한 새는 부리로 물어 던져버리는 걸로 죽여버릴 수 있고 또 그걸 한 입에 삼키십니다. '유럽큰재갈매기'라고 윤무부 교수님이 쓰신 것을 본 적이 있고(아틀라스 시리즈 세계의 새) '검은등갈매기'라는 이름도 봤는데 그게 이 새를 지칭하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대서양에 분포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 올 일은 없다고 보이지만 이 새가 홍도나 독도에 뜨면 괭이갈매기랑 검은머리갈매기 그 날로 멸종합니다...
전 사진을 잘 찍지는 못하지만 미국에서 한 달 동안은 정말 많은 새들을 찍을 수 있었습니다. 대백로(Great Egret) 같은 예외 케이스는 있지만(그 놈 찍으려고 텍사스에서 비맞으며 뺑뺑이 돌았습니다) 대체로 미국의 새들은 한국만큼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았습니다. 새집이나 새모이대를 집에다 달아놓은 사람도 많았고 조류도감도 다양한 출판사에서 나온 제품들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캐나다기러기나 청둥오리들처럼 너무 인간에 의지하는 모습은 약간 씁슬했고요. 우리나라는 미국처럼 인구밀도가 낮은 것은 아니지만 함께 사는 다른 생물들에게 최소한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배려를 해줄 정도는 된다고 생각합니다. 생태계 상위 포식자라면 그 정도 자리값은 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