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새를 찾아서(42)...제비(12)
제비의 귀소성과 가락지 달기


가락지를 단 제비 모습. 금속 가락지는 모두 성조에만 부착했다.
1.귀소성
제비는 옛날부터 매년 부부 사이가 유지되면서 옛집을 찾아오는 새라고 널리 알려졌다. 이 사실을 실제로 과학적으로 규명하고자 한 일화도 제법 전해져 내려온다.
중국에서는 춘추전국시대의 오나라의 관녀가 매년 집으로 돌아오는 제비가 같은 제비인가 알고 싶어서 그 제비의 다리에 붉은 실을 달았다고 기록되어 있다. 일본에서는 今昔物語集(1120년)에는 다음과 같은 설화가 나온다고 한다. 한 처녀가 시집가서 신혼의 단꿈 시절에 신랑이 죽고 말았다. 청상과부로 살아가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는 일이다. 친정에서는 재혼을 권유했다. 신부는 친정 부모 제의를 거절하다가 제비를 보고 결정하기로 한다. 처마 밑에 있는 제비 부부 중 수컷을 죽여버리고 암컷만 살려서 붉은 실을 달아 그 다음 해에 새 서방 제비를 만나서 오는지를 확인해보기로 했다. 그러나 봄이 되어 날아온 것은 암컷 제비 혼자만 찾아왔다. 신부는 친정 부모에게 이야기한다. ‘부모님! 미물인 제비도 수절하면서 살아가는데 인간인 제가 재혼을 할 수없습니다.’ 붉은 실을 단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는 이야기는 제비의 귀소성을 증명해준다 하겠다.
경기도 의왕시 왕림 마을에서 가락지를 부착하려다 한 아주머님을 만났다. 아주머니 이야기는 매년 제비가 자기 집으로 오는데 올해는 작년에 간 제비가 가족을 데리고 다시 돌아와서 새끼는 다른 집으로 날아갔고 올해도 어미 제비만 다시 부화를 했다고 한다. 아주머니에게 작년의 우리 집 제비인 줄 어떻게 알 수있느냐 물어보니 아주머니 집 제비는 앉아 있는 날개를 보면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이 아주머니 이야기는 제비 생태와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되었다. 즉 자식 제비는 어미 제비의 둥지를 차지 할 수없어 근처의 다른 곳으로 날아간다는 언급이엇다. 나는 이 아주머니 댁 어미 제비에게도 가락지를 달았다.
현재 제비의 귀소성에 대해 논문이나 자료 형식으로 입수한 것은 두 건이다.
첫째는 일본 농림성에서 조류표식법에 의해 64쌍에 대해서 2년간에 걸쳐 추적 조사를 한 적이 있었다. 이 결과 같은 쌍이 유지되는 것이 26쌍이었고 쌍이 바뀐 것이 38쌍이었다. 쌍이 바뀐 것이 1.5배나 많았지만 살아 있는 제비가 쌍을 교환하는 일은 없었다. 즉 이 실험에서 쌍의 상대가 바뀌어 있는 것은 월동기간 중에 무엇인가의 원인으로 쌍의 상대가 죽어 다른 제비와 재혼을 했다고 보는 것이 온당할 것이다. 또한 다른 조사에서는 같은 쌍 관계가 5년간이나 유지되는 것을 관찰한 예도 있다. 작년의 둥지로 돌아오는 귀소율도 전년과 같은 쌍이라면 100%였다.
둘째는 경남대학교 김인규씨가 2000년에 발표한 석사 논문(김인규, 함규황: 제비(Hirundo rustica)의 번식생태 및 귀소성에 관한 연구, 경남대학교 생명과학부)이다. 이 논문에서 1999년에 성조 18개체와 유조 45개체를 포획하여 가락지를 부착하여 다음 해 귀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성조 18개체 중에 5개체가 귀소하였다고 적혀 있다. 유조는 귀소하지 않았다한다. 지난 번 2편 글에서 ‘젊은 제비는 자기가 태어난 둥지로 돌아오지 않는다. 둥지는 아부지, 어머니 둥지이다. 젊은 제비는 부모보다 늦게 부모 둥지가 있는 그 지역(광역시 정도의 크기)에 날아온다’라고 하였는데 이 언급이 사실로 증명된 셈이다. 그러나 이 논문에는 돌아온 성조가 쌍이 유지된 것인지 교환되었는지에 대한 언급은 없다. 좀 더 세밀히 관찰했으면 좋았겠다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2.가락지 달기

플라스틱 가락지. 컬러링. 성조인데 다미양이 추가로 달았다(심술쟁이 할아버지 집)
위에서 보듯이 유조는 귀소할 가능성이 적으므로 국립환경연구원으로부터 수령한 가락지 10개는 모두 성조에 부착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러나 성조 제비를 포획하는 것이 여의치 않은 관계로 부득불 유조에게 부착한 경우도 있었다. #1~#4 가락지는 다미양에게 주어서 파주시 교하 동네에 있는 제비에게 부착했고 나머지 6개 가락지는 의왕시 왕림마을의 제비에 부착했다.
#1 파주 바구니제비 성조 암컷
#2 파주 베트남 신부집 유조 구분불명
#3 파주 심술쟁이 할아버지 집 성조 암컷
#4 파주 심술쟁이 할아버지 집 성조 수컷
#5 의왕 과부집 성조 구분불명
#6 의왕 과부집 성조 구분불명
#7 의왕 마당깊은집 성조 구분불명
#8 의왕 마당깊은집 성조 구분불명
#9 의왕 뚱뚱이아줌마집 성조? 구분불명
#10의왕 뚱뚱이아줌마집 유조 구분불명
그 외에도 다미양이 환경연구원으로부터 플라스틱 컬러링을 수령하였는데 이것은 모두 유조에게 달았다. 유조는 귀소 가능성이 적으므로 기재는 생략한다. 비록 적은 숫자의 가락지 부착이었지만 한쌍만이라도 내년에 꼭 돌아오기를 기원한다.
3.가락지를 달면서
제비에게 가락지를 달려면 밤에 포획해야한다. 낮 시간에는 빨리 날아다니는 제비를 잡을 방법이 없다. 처음에는 포획이 꽤 어려웠다. 그물 망이 작았던 것이다. 할 수없이 새 그물로 된 큼직한 뜰채를 만들었다.

새 그물 뜰채.
*심술쟁이 할아버지 집 제비: 이 녀석들은 밤에 다른 집에서 잠을 잤다. 암수 마찬가지였다. 제비는 보통 둥지가 있는 집 처마 밑에서 잠을 잔다. 항상 둥지 근처를 떠나지 않는다. 심술쟁이 할아버지가 싫은 것일까. 둥지와 어미 제비 잠자리(근처 집)과의 거리는 약 20미터 정도였다.
*마당깊은집: 어미 중 한 마리는 둥지에서 새끼와 같이 잠을 자고 수컷은 바로 옆 처마 밑에서 잠을 잤다. 뜰채가 부실하여 몇 번 놓치고 나서 그 다음 날 겨우 포획하였다. 그런데 며칠 후 밤중에 가보니 암수컷 모두 예민해져서 내가 가니 바로 도망을 갔다. 제비는 밤에는 잘 날지 않았지만 한번 포획당하고 나고부터는 아주 예민해져 있음을 발견했다. 부디 괴로운 추억은 잊어버리고 내년에도 날아오길...
*뚱뚱이 아줌마 집: 이미 이소를 하여 새끼들과 같이 처마밑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포획하여 가락지를 달고 나서 그 다음 날 가보니 두 마리만 있었고 다른 제비들은 다른데로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혹시 포획되고 난 후에 그 집이 싫었는지도 모르겠다.
*과부집: 작년에 갔다던 제비가 다시 돌아왔다던 집이다. 쉽게 잡아서 가락지를 달았는데 그 뒤 확인을 못하였다. 아무래도 과부 아줌마같아 밤에 찾아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줌마 혹시 과부예요?라고 물어봤다간 먼지가 폴폴 나도록 맞을 것이다.ㅠㅠ


새끼에게는 컬러링을! 그러나 유조가 돌아왔다는 기록은 발견하지 못했다.
[어느 신문 기사]
30여년간 보금자리 인연맺은 정씨네 제비가족
“귀여워서 마실갔다오면 저 놈들부터 봐유.”
지난 1976년 청주 금천동에 터를 잡고 살아온 정경화씨(여·74). 40대 중반에 찾은 이 집에서 아주 특별한 가족을 만났다.
매년 봄마다 돌아와 보금자리를 트는 녀석들은 30여년의 긴 세월동안 단 한 해를 제외하곤 줄곧 집을 찾아 여행으로 지친 몸을 쉬었다. 너댓씩은 자식농사도 풍성하게 지었으니 지켜보는 일만으로도 이만한 흐뭇함이 또 있을까.
“4∼5년 전엔가는 한 해를 걸렀는데 얼매나 서운했는지 알아유?”
적적했던 기억이 떠오르는지 손사래를 치며 말을 삼킨다.
올 봄 녀석들은 어김없이 둥지를 틀었다. 처마 안쪽 깊숙하게 지은 집에는 제 몸집만큼 자란 자식 다섯이 서툰 날갯 짓을 하며 비상을 준비중이다.
“이우지서는 똥 깔리고 털 빠지는 데 왜 기르느냐고 하는데 나는 날 밝기도 전에 지지고 울어제끼는 저것들 때문에 산 속에 온 것 같어유”
‘박씨’를 물고오진 않았냐고 묻자 말문 닫히기도 전에 돌아온 대답이 “내가 편안하고 건강하니 그게 박씨지유”다. 옆에서 봐도 밑에서 봐도 미운 구석 하나 없는 녀석들은 그렇게 30여년간 맺어온 인연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작년에는 평소하고 다르게 꽥꽥 크게 울어서 아∼왜그랴, 왜그랴 하고 나가봤더니 지붕에 고양이가 있더라구. 또 접때는 하도 울어서 왜 그랴는겨하고 나가보니 대문 앞에 까치 두 마리가 있지않겠어요? 새끼들한테 해코지 할까봐 불안해서 날 불렀던 거지”
제 멋대로 지저귀는 소리를 앉아서도 척척 알아들을 수 있게 된 정씨는 바라만 봐도 좋은 녀석들 자랑에 손짓마저 웃는다.
“저 봐유∼전봇대에 앉아서 우릴 지켜보고 있네유∼하하학. 먹이도 물어오지 않고 들락날락하는 거 봐유. 낯선 사람들 있으니까 빙빙 돌면서 감시하는 거야.”
최근 녀석들은 집안 구석에 또 하나의 집을 짓고 있다. 도로공사로 집 일부가 헐려야 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 온전한 처마를 찾아 둥지를 짓는 것을 보니 ‘총명한 영물이 맞기는 한가보다’는 말도 전했다.
“즈 엄마 아부지가 집이 쯔버서루 연통 가서 자는 게 웃어 죽겄어.”
해마다 거르지 않고 집을 찾아주는 녀석들이 있어 정씨는 봄철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활기차다.
중부매일 김정미 기자

다미네 집 진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