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네요. 5월 28일.
'검은등 뻐꾸기(검뻐)'와 그의 친구 김 모인 '쌀'과 함께
녹두거리에서 저녁식사를 하게되었습니다.
쌍안경으로 찾아 낸 만두집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앉아있는데
식당으로 새가 한 마리 날아 들어옵니다.
"앗~! 저거 솔새?, 아니다 뭐지? "
약간 긴 몸뚱이에 알록달록...
제 풀에 놀란 새는 식당 안을 누비고 다니며 야단이지만
앉을 곳도 찾지 못하고 밖이 어두워서 출입문으로 나가지도 못합니다.
"쟤 안잡으면 사고 나겠다."
손님들도 덩달아 푸덕거리며 야단 법석에서 저는 새를 구하러(!) 일어섭니다.

아앜~!!!!
새가 주방으로 날아갑니다.
만두집 주방은 끓는 물이 있고 화구들이 켜 있습니다.
삶아지거나 구워지겠네
"들어 오시면 안되요"
"죄송해요, 쟤를 붙잡지 않으면 죽을지도 몰라요!!"
새는 찌는 만두통과 화끈한 버너들 사이를 누비다가
다시 홀로 날아다니며 손님들과 아우성.
그러다가 또 다시 주방으로 날아가는 서스펜스를 거듭해서 보여줍니다.
" 너 잡히면 뒤진다."
홀에서 한 번, 주방에서 한 번, 부식창고에서 또 한 번
제 손에 닿았지만 워낙 작은 녀석이라 세게 쥘 수 없어서 번번히 놓칩니다.

다시 홀로 나온 새는 유리창가에서 식사중이던 손님의 테이블에 떨어집니다.
철푸덕! 하필 손님이 드시던 밥그릇...
뜨끈하고 매콤해 보이는 빨간 라면국물에 반신욕 자세.. ㅠㅠ
라면도 몇 가닥 붙은게 거의 수세미가 되어 버린 몰골
잽싸게 건져서는 주방으로 달려가 설거지를 해주었습니다.
"너 눈에 국물 들어 갔으면 뒤져. 신라면이거든"
넵킨으로 물기를 대충 말려주고 상태를 확인합니다.
눈도 반짝 코도 반짝...바르르 떠는 것 말고는 괜찮아 보입니다.
"근데 너 대체 누구냐? "
알락꼬리쥐발귀? 쥐발귀개개비? 꼬리치레는 아니고...점무늬?
"얘 어쩐지 점무늬가슴쥐발귀같아"
"맞아요 가슴쪽에 무늬도 그렇고, 아래꼬리덮깃에도 무늬가 보이는게.."
"도감에나 있는 놈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우리가 데리고 있는거잖아?"
"그러게요 이런 일이 다 생기다니 완전 대박이예요!"
어떤 놈이든 죄 한 번도 못 본 놈이라
귀한 놈인 건 틀림없습니다. "그래 일단 밥 먹고 집으로 가서 도감을 보자."
검뻐의 천으로 된 필통을 비우고 그 안에 넣어 검뻐네 집으로 왔습니다.

제대로 씻겼는지, 상태는 괜찮은지 다시 한 번 확인을 하고
동정을 해봅니다.
가슴의 세로줄 무늬, 둥그렇게 원을 그리는 꼬리...
쥐발귀개개비인가봅니다.
아마 탐조인들 중에서도 얘를 본 사람은 매우 적을겁니다.
이동시기에나 존재감이 있는 데가 덤불밑을 기어다니는 습성...
'있어도 없는 새'
우리는 이 귀하신 놈을 제대로 기록하기로 맘먹습니다.
"얘를 언제 다시 보겠어? 있을 때 잘하자"
마침 근처가 댁이신 최아무게 박사님(새호리기)과 통화를 하여
얘를 측정하기로 합니다.
그리고 내친김에 올 수 있는 사람을 부릅니다.
이 시간에 올 만한 탐조인이라면... 지척에 있는 서울대 대학야조회!
흰이마기러기와 칼새, 그리고 아직 이름도 없는 새내기 둘이
쥐발귀개개비라는 말에 숨을 헐떡이며 득달같이 달려옵니다
역시 새보는 사람들은 미쳤어 ㅋㅋㅋ

마침네! 6명으로 불어난 우리는 최아무게 박사님(새호리기) 댁으로 갑니다.
이미 준비를 해놓고 기다리시던 새호리기님은
얘가 쥐발귀개개비임을 확인합니다.
홍도의 철새연구센터에서 몇 번 채집한 경험이 있으시다는 말씀과 함께
얘를 만나는 게 그리 쉽지 않은 이유를 확인해 줍니다.
"맞아 진짜 도감에나 있는 새라니까"
가장 먼저 Ring을 채웁니다. 우측다리에 하나, 죄측다리에 하나
그런 다음 새의 크기, 무게 등을 세밀하게 측정, 기록합니다.
이 녀석을 기록하는 동안
손에 쥐는 법, 측정하는 기준, 주의사항, 먹이 등등.
채집한 새를 다루는 방법들을 실습과 함께 배웠습니다.
새를 손으로 잡을 때 부주의 하면 죽일 수도 있다는 것과
Ring을 채우는 요령과 의미는 저에게도 새롭습니다.
한 손으로 새를 안전하게 쥐는 실습을 할 때
흰미아기러기가 새를 놓쳤던 이야기는 안할랍니다. ㅋㅋㅋ
새 이야기는 학생들이 사온 순대와 떡볶기를 먹으며 계속되었는데
(그 이야기들은 기회가 되면 풀어 보아야겠습니다.)

채집 기록 및 측정치
종명: 쥐발귀개개비
학명: Locustella lanceolata
영명: Lanceolated Grasshopper Warbler
채집장소: 서울시 관악구 녹두거리의 음식점
채집일시: 2010년 5월 28일 20시 40분 경
Ring no: 020-45932(R) 알미늄
옅은 하늘색(L) 플라스틱
몸길이: 131.5
체중: 12.0g
머리: 29.46 (뒤통수-부리끝)
Age: First summer
날개길이: 53.2
최대익장: 56.0
펼친날개길이: 174.0
부척: 19.39 폭 1.43x1.05
꼬리: 44.7
부리: 6.33, (f:10.51), (s: 13.24)
Fat: 3단계 -fat이란 건강을 나타내는 지수입니다. 야생의 새는 4단계 정도면 아주 건강한 상태.
홍채색: 회갈색
*
얘는 다음 날 12시 40분 쯤
북방개개비가 와 있던 왕송저수지에 놓아주었습니다.
간밤에 밀웜을 몇 마리 먹었고 물도 조금 먹었으며
놓아줄 당시 건강은 좋아보였습니다.
**
얘가 빠졌던 라면을 드시던 손님께 새로 조리를 해주시고
주방을 무단으로 침략(?)했던 저를 어엿비 봐주신 '명인만두' 가게는 복받으실겁니다.
그날 저녁 며칠 분의 식량(우유)과 밀웜을 내주신 최박사님 고맙습니다.
***
링을 채우는 것은 새의 이동경로와 수명 등을 파악하는데 유용합니다.
링의 무게는 0.2g...무게감이 거의 없습니다.
조이거나 다리에 상처를 내는 일도 거의 일어지 않는답니다.
크게 우려할 만한 일은 아니라는 말씀이지요.
이런 노력들이 더 많은 새들과 환경을 지키는데 쓸모가 있을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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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를 의도적으로 채집하는 것은 위법한 일입니다.
특히나 천연기념물의 경우 죽은 사체를 만지는 것조차 위법입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기관이나 전문가가 허락을 받아야 하는 일이 채집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채집이란 사냥하는 것과 구별되는 용어입니다.(허가받지 않은 사냥 역시 불법이죠)
그렇다고 위험에 처한 새를 모른 체할 순 없는 일입니다.
부득이하게 새를 잡아야 할 경우 아주 조심해서 다루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최소한의 조치만을 취한 후 관계기관이나 전문가에게 연락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디에 연락할지는 버드디비 [탐조시 유의할 점]
http://www.birddb.com/flash_help/loading12.sw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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