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정리가 조금 되어서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에 대하여..
(중략)
티벳의 장례 풍습인 천장(天葬)을 보았는가.
나는 일행을 따라 철조망이 쳐진 공터 안으로 들어갔다.
공터 중앙에 들것을 내려놓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천장사들이 장화를 신고 앞치마를 두르더니 칼을 벼른다.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대충 그림을 그리려고 수첩을 꺼내려는데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찍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말아라. 보기만 해라.
(중략)
10시 30분
늙은 라마승이 드럼통에 불을 지피는 것을 신호로 칼을 갈던 천장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다가가 시체를 감쌌던 하얀 천을 사정없이 찢어댄다.
벌거벗겨진 시신이 보이고 천장사가 손을 하늘로 높이 쳐드는가 싶더니 갈퀴 같은 것을 시신의 머리에 꽂는다.
시신이 공중으로 확 들려 지더니 이내 시신은 하늘을 향해 뉘어져 있다.
그리곤 능숙한 손놀림으로 배를 가르고 장기를 갈퀴로 찍어낸다.
한 천장사는 그 시뻘건 장기들을 나무위에 올려놓고 조각조각 새들이 먹기 좋게 자른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따.
피비린내가 나서 썼던 마스크는 이미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젖고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2미터 앞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나에겐 너무 낯선 이 풍습을.
천장사들은 발목부터 마치 생선 포뜨듯이 능숙하게 온 시신의 살점을 벗겨낸다.
그 바로 뒤쪽에선 독수리 떼들이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다.
마치 백 미터 선상의 신호를 기다리는 선스들처럼 침착하게.
마침내 살점이 다 발라지자 라마승이 독수리를 향해 뭐라뭐라 얘기를 하면서 장기를 던짐과 동시에 독수리들이 득달같이 날아와 시신을 먹어치운다.
드럼통의 불타는 소리, 독수리들이 한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몸싸움을 벌이며 푸드덕거리는 소리, 한쪽에 쭈그리고 앉은 늙은 라마승의 경문 읽는 소리,(중략) 티벳인들의 웅얼웅얼 경문소리 옴마니밧메홈, 그리고 이방인들의 한숨소리.
나는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면서도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한 인간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 망막에 고스란히 담았다. 떠나는 자의 마지막 모습까지 봐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체가 살 한 점 없이 모두 걸러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는데도 독수리들은 더 먹겠다고 싸운다. 죽은 자의 몸은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중략)
천장사들이 뼈를 주워다가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보릿가루와 함께 뼈를 쇠망치로 잘게 부순다. 두개골을 내려치는데 그 뼈ㅑ가 내 신발에 튀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잘게 부순 뼛가루를 독수리들에게 뿌린다. 독수리들은 다시 일제히 날아와 아낌없이 먹어치운다. 한 조각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1시간 40분 만에 한 인간의 존재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현기증이 일어났다. 한 티벳인이 내 옆에 와 앉았다.
“울지마라. 넌 아까부터 우는 것 같던데. 봐라. 아무도 울지 않는다.”
“당신은 슬픈가?”
“슬프다. 울면 더 슬퍼지니까 울지 않을 뿐이다. 느낌이 어떤가?”
“무섭고 슬프고 충격적이고 괴롭다.”
(중략)
찻집에 들어가 뜨거운 밀크티 한잔을 마시니 난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염치없는 생각과 동시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사람들,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한없이 아름다운 사람들. 이상하게 아까의 괴로움이 조금씩 평온하게 느껴왔다.
글 : 조현숙
(신용사회 4월호. 옮겨 적음)
처음엔 이 글을 읽고 구역질이나 삶의 의욕이 참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고찰해보니 살아가는 인생이 그리 거창한들 초라한들 중요한 가치 판단이 되지 않다는거죠.
우리가 먼지하나 남김없이 육신이 사라지기전까지 시간을 끌어안고 사랑하며 행복해야한다는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