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벳의 천장 (죽은자의 떠나는 모습)

행복한새야 | 2006-05-01 09:40:56
조회수 95 | 추천 4

이제야 정리가 조금 되어서 뭐라도 쓸 수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 내가 살아오면서 목격한 가장 충격적인 장면에 대하여..
(중략)
티벳의 장례 풍습인 천장(天葬)을 보았는가.
나는 일행을 따라 철조망이 쳐진 공터 안으로 들어갔다.
공터 중앙에 들것을 내려놓더니 사람들이 갑자기 분주해졌다.
천장사들이 장화를 신고 앞치마를 두르더니 칼을 벼른다. 소리가 귀에 거슬린다.
사진을 찍을 수 없기에 대충 그림을 그리려고 수첩을 꺼내려는데 아무것도 못하게 한다. 찍지도 그리지도 쓰지도 말아라. 보기만 해라.
(중략)
10시 30분
늙은 라마승이 드럼통에 불을 지피는 것을 신호로 칼을 갈던 천장사들이 일제히 앞으로 다가가 시체를 감쌌던 하얀 천을 사정없이 찢어댄다.
벌거벗겨진 시신이 보이고 천장사가 손을 하늘로 높이 쳐드는가 싶더니 갈퀴 같은 것을 시신의 머리에 꽂는다.
시신이 공중으로 확 들려 지더니 이내 시신은 하늘을 향해 뉘어져 있다.
그리곤 능숙한 손놀림으로 배를 가르고 장기를 갈퀴로 찍어낸다.
한 천장사는 그 시뻘건 장기들을 나무위에 올려놓고 조각조각 새들이 먹기 좋게 자른다.
숨이 막힐 것 같았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쏟아졌따.
피비린내가 나서 썼던 마스크는 이미 눈물 콧물이 범벅되어 젖고 발은 떨어지지 않았다.
바로 2미터 앞에서 벌어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 나에겐 너무 낯선 이 풍습을.

천장사들은 발목부터 마치 생선 포뜨듯이 능숙하게 온 시신의 살점을 벗겨낸다.
그 바로 뒤쪽에선 독수리 떼들이 질서정연하게 앉아있다.
마치 백 미터 선상의 신호를 기다리는 선스들처럼 침착하게.
마침내 살점이 다 발라지자 라마승이 독수리를 향해 뭐라뭐라 얘기를 하면서 장기를 던짐과 동시에 독수리들이 득달같이 날아와 시신을 먹어치운다.
드럼통의 불타는 소리, 독수리들이 한점이라도 더 먹겠다고 몸싸움을 벌이며 푸드덕거리는 소리, 한쪽에 쭈그리고 앉은 늙은 라마승의 경문 읽는 소리,(중략) 티벳인들의 웅얼웅얼 경문소리 옴마니밧메홈, 그리고 이방인들의 한숨소리.

나는 눈물콧물이 범벅이 되면서도 한 발짝도 물러나지 않고 한 인간이 사라져가는 모습을 내 망막에 고스란히 담았다. 떠나는 자의 마지막 모습까지 봐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시체가 살 한 점 없이 모두 걸러지고 뼈만 앙상하게 남았는데도 독수리들은 더 먹겠다고 싸운다. 죽은 자의 몸은 한낱 고깃덩어리에 불과하다.(중략)
천장사들이 뼈를 주워다가 도마 위에 올려놓고 보릿가루와 함께 뼈를 쇠망치로 잘게 부순다. 두개골을 내려치는데 그 뼈ㅑ가 내 신발에 튀어 소스라치게 놀랐다.
잘게 부순 뼛가루를 독수리들에게 뿌린다. 독수리들은 다시 일제히 날아와 아낌없이 먹어치운다. 한 조각도 남김없이. 깨끗하게. 1시간 40분 만에 한 인간의 존재는 완벽하게 사라졌다.

나는 자꾸만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져 현기증이 일어났다. 한 티벳인이 내 옆에 와 앉았다.
“울지마라. 넌 아까부터 우는 것 같던데. 봐라. 아무도 울지 않는다.”
“당신은 슬픈가?”
“슬프다. 울면 더 슬퍼지니까 울지 않을 뿐이다. 느낌이 어떤가?”
“무섭고 슬프고 충격적이고 괴롭다.”
(중략)
찻집에 들어가 뜨거운 밀크티 한잔을 마시니 난 아직 살아있구나 하는 염치없는 생각과 동시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게 보였다.
사람들, 그냥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한없이 아름다운 사람들. 이상하게 아까의 괴로움이 조금씩 평온하게 느껴왔다.



글 : 조현숙

(신용사회 4월호. 옮겨 적음)

 

 

처음엔 이 글을 읽고 구역질이나 삶의 의욕이 참 무의미해졌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두고 고찰해보니 살아가는 인생이  그리 거창한들 초라한들 중요한 가치 판단이 되지 않다는거죠.

우리가 먼지하나 남김없이 육신이 사라지기전까지 시간을 끌어안고 사랑하며 행복해야한다는거...



 

추천과 댓글
추천과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댓글과 추천 기록 6
새아빠
2006-05-01 10:04:46

새아빠님이 추천하셨습니다.

새아빠
2006-05-01 10:04:46

정말 무시무시하군요....하지만 이 모습마져도 자연의 일부인 것을...ㅠㅠ

가가멜
2006-05-01 10:06:53

가가멜님이 추천하셨습니다.

샐리디카
2006-05-01 11:23:55

샐리디카님이 추천하셨습니다.

마고할미
2006-05-19 19:51:41

전에 티비에서 보았습니다. 그들이 훨씬 훌륭한 삶을 산다고 생각합니다.
진정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라 여겨집니다.
얼마나 많은 목숨들이, 내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희생되었는지를 떠올려보면
기꺼이... 죽어서는 기꺼이 그들에게 내 몸을 돌려주어야한다고 생각해요.
멀쩡한 나무들이 묘를 쓸때 베어져 나가는 우리문화보다
티벳인들이 한 수 위의 삶을 사는듯 싶어요....

마고할미
2006-05-19 19:52:09

마고할미님이 추천하셨습니다.

커뮤니티 글 목록

전체 보기
번호 게시판 제목 작성자 작성일 조회
47,996 새이름 우연히 담은 새 .. 이름이 궁금합니다. [14] 개암나무 2006.04.20 627
47,432 갤러리 메뚜기 [6] 크레용 2006.04.19 6
47,431 갤러리 다람쥐 [6] 언제나파란 2006.04.19 2
47,430 갤러리 범부전나비 [7] 달맞이꽃 2006.04.17 1
47,995 새이름 ??할미새 [6] 달맞이꽃 2006.04.17 534
47,994 새이름 노랑할미새 같은데... [8] 까비아빠 2006.04.17 772
47,993 새이름 새이름을 모릅니다.. [6] 로터리 2006.04.17 575
47,992 새이름 이새도...가르쳐 주세요 [5] 둘리 2006.04.17 697
47,991 새이름 무슨새인가요?? [3] 둘리 2006.04.17 698
47,429 갤러리 남한산성을 달리는 할리데이비드손 오토바이 행열(HOG 동호회) [7] 노고지리 2006.04.16 1
47,990 새이름 꺅도요?? [5] 김태균 2006.04.16 892
45,672 자유 어이없는 새도둑... [8] 토끼 2006.04.16 111
47,989 새이름 이름이 궁금합니다. [6] 풀무데기 2006.04.15 601
47,428 갤러리 쇳빛부전나비 [4] 언제나파란 2006.04.15 2
47,427 갤러리 돌단풍 [4] 언제나파란 2006.04.14 2
47,988 새이름 이름이 궁금합니다. [5] 풀무데기 2006.04.14 515
47,987 새이름 이름이 궁금합니다. [8] 풀무데기 2006.04.14 506
47,986 새이름 이름이 궁금합니다. [7] 풀무데기 2006.04.14 481
47,985 새이름 ?? [4] 달맞이꽃 2006.04.13 484
47,426 갤러리 경포호 소경 [8] 언제나파란 2006.04.13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