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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지리님
탐조지 상세 공개에 대한 의견
대단히 좋은 지적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새가 있는 장소를 인터넷상으로 공개를 하면 요즘 탐조인구가 늘어나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와서 번잡해진다면 굳이 공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겸사 저에게는 한구석에서 뭔가 뜨끔하기도 합니다. 저도 한번 잘 찍어 볼꺼라고 새를 날려 보낸 적도 많았습니다. 이른바 새파라치가 된 적도 많았고 얌체짓도 많이 했답니다. 그러나 새들에게는 방해도 많이 했지만 사람(탐조인)에게는 방해를 안하려고 했었지요. 그럼에도 본의 아니게 방해하는 일도 생기더군요. 위의 글에서 조용히해라고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떠들었다면 문제가 있군요.
어제 언제나파란님과 통화를 하고 곡릉천으로 개리를 찍으러 갔습니다. 일이 끝나고 오후 4시가 넘어서 도착했습니다. 심한 황사에다 날이 흐려서 제방 둑에서 찍긴 찍었지만 별로였습니다. 집에 오니, 혹시나 이른 아침이면 눈먼 개리들이 제방 바로 옆까지도 올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도 들고 잠자리에 누우니 천장에서 개리들이 왔다 갔다하더군요. 오늘 아침에 일어나보니 파란 하늘에 날이 맑았습니다. 황사도 싹 가셨습니다. 아침에 곡릉천으로 먼저 달렸습니다. 어제보다 숫자는 적은 듯 싶은데 개리들이 먹이활동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은 제방 쪽에서는 완전히 역광이더군요. 이대로 돌아가기가 아쉬워서 반대쪽 제방으로 갔습니다. 갈대밭 일부가 태워져서 바닥이 드러나 있고 얼어 있었습니다. 갈대밭 위를 걸어서 모래톱으로 살금살금 갔습니다(땅이 얼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좀 더 옆에서 찍고 싶어서요. 갈대밭에 숨어서 보니 저 멀리 개리들이 고개를 쳐들고 있었습니다. 경계를 한다는 표시이지요. 혹시 사람이나 다른 차가 있나 확인해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개리들은 갈대밭 때문에 저를 도저히 볼 수는 없었습니다(갈대 키가 제 키를 훌쩍 넘었습니다). 여기서도 거리가 멀었습니다. 그래도 숨어서 개리를 3장 정도 찍었습니다. 찍고나서 돌아서서 뒤로 우회하여 개리들에게 좀 더 접근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돌아서는 순간 개리들이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에라 모리겠다~ 열심히 찍었습니다.
갈대밭에 혹시 다른 새가 없나 싶어서 걸어가고 있으니 둑위에서 제 차 앞에 겔로퍼가 한대 서있고 크락숀을 울립니다. 크락숀을 울리다가 고함을 치기 시작합니다. 제 차가 주차가 잘못되어 있나 싶어서 운동화가 물에 빠지는 줄도 모르고 급하게 올라갔습니다. 두 사람이 있더군요. 대뜸 저보고 고함부터 칩니다.
‘저기에 들어가면 새들이 다 날아가잖아요! 관찰은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요!’
박병.: 왜 대뜸 고함부터 치십니까? 제가 불법 사냥을 했습니까. 새를 보호한다고 주장하시는 분이 크락숀은 왜 울립니까?
이렇게 하여 아침부터 서로 기분이 좋지 않는 상태로 헤어졌는데 그 사람들은 저를 보고 천하에 상식도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겁니다. 이 두분은 어제도 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분들었습니다.
이 두분에게 이런 말을 하고 싶군요.
‘미안합니다. 선배 탐조인님들. 어제 헤어질 때 제가 먼저 인사를 했습니다. 전혀 모르는 분이었지만 서로 승용차를 마주하고 황사바람부는 저녁에 사진을 찍은 인연을 생각해서요. 아마 두분도 저처럼 어제 찍은 사진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아 오늘 또 나오셨겠지요. 어제 저는 떠날 때에 차를 세우고 차 안에서 먼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 때 두분은 저보고 멀뚱멀뚱히 쳐다만 봤습니다. 그 때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 참 무뚝뚝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새가 좋아도 사람보다 우선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아무리 제가 잘못했다손 치더라도 처음보는 사람에게 고함부터 먼저 치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갈대밭으로 내려 갈 때는 분명히 갤로퍼가 없었습니다. 아이고 하필이면 그 때 오셔가지고...’
이 외에도 저에게는 눈살이 지푸려지는 일이 몇 번있었습니다. 심지어 작년에 송도에 종다리를 찍어러 갔다가 K대학교 조류연구소에 근무하는 권모 연구원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젊은 친구로부터 ‘여기는 조류 보호구역인데 왜 들어왔느냐’면서 신분증 제시를 요구받았던 적도 있습니다. 학생이 하라는 연구는 안하고, 수사권도 없는 신분에 민간인에게 신분증을 요구하니 기가 막히더군요. 그러면서 K대학교 조류연구소라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더군요. 아마도 이 학교 선생님들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교육을 시키지는 안했을겁니다.
일반탐조인들이나 연구자 모두 같은 취미 생활을 하는 탐조인들에게 좀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2006.03.14 19:12